프로의 힘 / 마경덕
프로의 힘 / 마경덕 저 사내는 프로다 배고파도 목말라도 발 저려도 종일 그 자세로 한 번도 졸지 않고 싸늘한 바닥에 앉아 악취를 참고 배뇨를 참고 가려움을 참고 추위를 참고 소음을 참고 매캐한 먼지를 참고 치미는 화를 참고 지하계단에 무릎 꿇고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저 늙은 사내, 이십 년 한자리에 눌러앉은 그 게으름이 사내를 먹여 살린다 지하도 입구 삼 년 경력 절름발이 사내 졸다가 자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 늘 근무태만 돌아앉아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지나가는 여자에게 쌍욕도 하고, 오줌 누러 가고 밥 먹으러 가고 비 온다고 눈 온다고 아프다고, 생업을 작파하고 수시로 자리를 뜨는 그 부지런함에 늘 배가 고프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걸인(乞人)이 되려면 이 모든 것을 ..
o문학 세상
2018. 3. 25.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