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여자 / 최창균
자작나무 여자 / 최창균 그의 슬픔이 걷는다 슬픔이 아주 긴 종아리의 그, 먼 계곡에서 물 길어 올리는지 저물녘 자작나무숲 더욱더 하얘진 종아리 걸어가고 걸어온다 그가 인 물동이 찔끔, 저 엎질러지는 생각이 자욱 종아리 적신다 웃자라는 생각을, 다 걷지 못하는 종아리의 슬픔이 너무나 눈부실 때 그도 검은 땅 털썩 주저앉고 싶었을 게다 생의 횃대에 아주 오르고 싶었을 게다 참았던 숲살이 벗어나기 위해 또는 흰 새가 나는 달빛의 길을 걸어는 보려 하얀 침묵의 껍질 한 꺼풀씩 벗기는, 그도 누군가에게 기대어보듯 종아리 올려놓은 밤 거기 외려 잠들지 못하는 어둠 그의 종아리께 환하게 먹기름으로 탄다 그래, 그래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종아리가 슬픈 여자, 그 흰 종아리의 슬픔이 다시 길게..
o문학 세상
2017. 9. 28. 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