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만 /별들이 노숙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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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노숙자처럼
허형만
별들은 가난하다. 한데서 겨울밤을 지새우는 별들을 위해 오늘도
교황성하는 기도하신다. 가난한 자에게 자비를!
남대문시장에서 한국은행 본점으로 건너가는 지하도 기둥과 기둥
사이 가난한 별들이 이 시대 살 떨리는 영하의 겨울을 머리끝까지 뒤
집어쓰고 노숙자처럼 누워 있다.
고개를 돌린 채 총총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지린
내를 앙당물고 얼어붙어 있는 계단 위에서, 휘청, 미끄러지다 말고,
씨팔,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그 뒤로 나는 닷새 동안 수염을 깎지 않았다. 노숙자처럼 누워 있던
별들에게 빛의 갑옷을 한 벌 덮어주지 못한 나에게 자비를!
-전문, 『문학의 오늘』2016-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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