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좌에서 한 잎 떨어졌다 / 예현연
나는 안녕한가?
슬픔이 자꾸 잔잔하다
눈길 닿는 모든 곳마다 선명한 정지의 경고
푸르게푸르게 깜빡이는 신호 앞에서
오래 머뭇거린다 해도 결국, 건너고 말 것이라는 예감
우회하시오
천천히 죽어가는 물고기의 눈을 들여다 본 기억이 있다
요동치던 한 세계가 정지하기까지
그닥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한 잎 지고 다시 잎 지기까지의 간격만큼만
고요하게 간직 될 수 있다는 것
그 외 모든 시간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것들을 미리 알아버린 뒤에도
나는 정말 안녕한가?
잎들은 제 무게만큼
지상으로 기울어 그늘을 만들고
돌아보면
소리도 없이
화르르 쏟아져
내리는,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나를 비껴갔다
세월만이 정면으로 달려와 내게 충돌한다
<시와반시 >200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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