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 / 오경은
계시 오경은 우울할 땐 은박지를 긁어요, 저마다 은박지와 동전이란 게 있잖아 스스로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린 꽝의 확률은 잊어라, 잊어라 맨발로 떠도는 광신도의 얼굴로 복권을 사는 사람들처럼 뭐라고 쓰여 있나요 당신도 내가 보고 있는 걸 보고 있나요, 아니겠죠 의심이 필요없는 순간에 서로를 못 믿을 만큼 성실해본 적도 없으면서 새살이 차오르는 것처럼 긁은 자리가 다시 차올라요 아무리 긁어도 찢어지지 않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외로움이 필요할 때마다 은박지가 벗겨진 자리에 새겨져 있던 문구를 잊었다 가난을 동경하라 죽은 사람을 추종하라 지리멸렬한 영원을 꿈꾸라 수북이 쌓여가는 은박지 재, 빛나는 개미떼 알아듣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있어서 자꾸만 아름다워져 가, 초..
o문학 세상
2019. 2. 1.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