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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환일식/ 기혁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9. 2. 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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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환일식

 

    기혁

 

 

   너의 고통이 짙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빛났다

   별을 보다 눈이 멀어버린 천체물리학자처럼

   타인의 빛을 탕진하며 홀로

   남겨진 사랑

 

   수십억 광년의 고독을 견디기 위해

   내 어머니의

   어머니들에게서 물려 내려온

   저녁의 나이테들이

   언젠가 반짝였을 금빛 가장자리를 지우고

한 생애의 약지를 향해 간다

 

   우주에서 잃어버린 마음 하나가 입가에 맴돌 때

   제아무리 술을 부어도 성배가

   되지 못한 입술들은

   끝끝내 말이 될 배후를 흘리고 있다

 

   이상하지, 우주에서 발음할 수 있는 건

   모두가 익숙한 일들뿐이구나

 

   살색 반지자국으로 남을 지구의 그늘에서

   누군가의 전생이 태양처럼 떠오르고

   그을린 유리조각을 대고서야 보이던 아이들은

   강철의 이빨이 돋아난 불개를 닮았다

 

   사소한 역사의 강물 속에서

   잉어도 황새도 어쩌지 못한 사연들이 금빛

   상처를 남기며 불타오르는 시간

   너는 까마득한 공복의 인연을 향해 손을 뻗는다

 

   지상에 없는 징조들로부터 마침내 타인은 타인이 되고 그리하여

   미래의 아이들이 파먹고 남은 태초의

   마지막 원반을 관통하면서

   한날한시 첫 꿈의 굵은 마디마디

 

   슬픔이라는 육체의 겹침을 향해 쌓아올린다

 

 

   *『시와표현』2016-5월호 <신작시 광장>에서

   * 기혁/ 2010년 『시인세계』시, 2013년《세계일보》신춘문예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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