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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듣고 바람도 듣고 /최서림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9. 4. 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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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듣고 바람도 듣고

 

최서림

 

 

 

 

 

천산남로 어떤 종족은 아직도,

땅이나 집을 사고팔 때

문서를 주고받지 않는다.

도장 찍고 카피하고 공증을 받은 문서보다

사람들 사이 약속을 더 믿는다.

돌궐족이 내뱉는 말은

하늘도 듣고 땅도 듣고 새도 듣는다.

낙타풀도 지나가는 바람도 다 듣고 있다.

글자는 종이 위에 적히지만

말은 영혼 속에 깊숙이 새겨진다.

바위에다 매달아 수장시켜버릴 수도

불에다 태워 죽일 수도 없는 말.

⸺시집 『시인의 재산』(2018. 5)에서

-----------

최서림 /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및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구멍』 『버들치』 『물금』 등, 시론집 『말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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