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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서재 / 최혜옥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9. 2. 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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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서재

 

최혜옥

 

 

빽빽한 숲에서 피를 말리는 밤

몸에서 종이 타는 냄새가 난다

 

한 장의 백지에

낯설고 모호한 생각의 무늬를 찍어야하는데,

 

스쳐간다

초침처럼

 

이 초초함을 집중이라 부를까

 

문장을 파고드는 예리한 눈빛은

행간에서 뻗어 나온 덩굴손에 휘감겨 빠져들고

시에 대한 예언이 지나갈 때

메타포의 지문止門이 포개졌다

 

글의 머리를 붙잡는 동안

몸통은 사라지고 제목이 휘청거렸다

꼬인 생각과 뒤엉킨 복선으로

백지는 자꾸 구겨졌다

 

수직으로 오르지 못한 파지의 무더기들,

 

사생아로 태어난 시는

캄캄한 강의 하류로 떠내려간다

 

작가 미상의 블랙홀을 향해





시집『왼손의 애가哀歌』2018.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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