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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 / 오경은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9. 2. 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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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

 

오경은

 

우울할 땐 은박지를 긁어요, 저마다 은박지와 동전이란 게 있잖아

스스로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린

꽝의 확률은 잊어라, 잊어라

맨발로 떠도는 광신도의 얼굴로

복권을 사는 사람들처럼

뭐라고 쓰여 있나요

당신도 내가 보고 있는 걸 보고 있나요, 아니겠죠

의심이 필요없는 순간에 서로를 못 믿을 만큼 성실해본 적도 없으면서

새살이 차오르는 것처럼

긁은 자리가 다시 차올라요

아무리 긁어도 찢어지지 않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외로움이 필요할 때마다 은박지가 벗겨진 자리에 새겨져 있던 문구를 잊었다

가난을 동경하라

죽은 사람을 추종하라

지리멸렬한 영원을 꿈꾸라

수북이 쌓여가는 은박지 재, 빛나는 개미떼

알아듣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있어서 자꾸만 아름다워져 가, 초조해

저마다 은박지와 동전이란 게 있어서

우리는 신이 되어가고 있다

가난한 계시에 중독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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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중앙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오경은 시인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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