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듣고 바람도 듣고
최서림
천산남로 어떤 종족은 아직도,
땅이나 집을 사고팔 때
문서를 주고받지 않는다.
도장 찍고 카피하고 공증을 받은 문서보다
사람들 사이 약속을 더 믿는다.
돌궐족이 내뱉는 말은
하늘도 듣고 땅도 듣고 새도 듣는다.
낙타풀도 지나가는 바람도 다 듣고 있다.
글자는 종이 위에 적히지만
말은 영혼 속에 깊숙이 새겨진다.
바위에다 매달아 수장시켜버릴 수도
불에다 태워 죽일 수도 없는 말.
-시집 『시인의 재산』(2018. 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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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림 /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및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구멍』 『버들치』 『물금』 등, 시론집 『말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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