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기술技術 / 정병근
유리의 기술技術 / 정병근 유리창에 몸 베인 햇빛이피 한 방울 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고통은 바람인가 소리인가숨을 끓고도, 저리 오래 버티다니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자 햇빛은 비로소 신음을 뱉으며 출렁인다고통은 칼날이 지나간 다음에 찾아오는 법회는 칼날의 맛이 아니던가깨끗하게 베인 과일의 단면은 칼날의 기술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풍경의 살을 떠내는 저 유리의 기술, 머리를 처박으며 붕붕거리는 파리에게유리는 불가해한 장막일 터, 환히 보이는 저곳에 갈 수 없다니!이쪽과 저쪽, 소리와 적막 그 사이에 통증 없는 유리의 칼날이 지나간다 문을 열지 않고도 안으로 들이는 단칼의 기술, 바람과 소리가 없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
o문학 세상
2017. 9. 26.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