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上弦 / 나희덕
2017.09.26 by 송강 작가
엄마 걱정 / 기형도
아득한 성자/조 오 현
비스듬히 /정현종
토란잎 시모음-토란잎 생각들
2017.09.23 by 송강 작가
단풍나무 씨앗 / 송태한
나무벤치/김남수
묶음
상현上弦 / 나희덕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녘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神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때로 그녀도 발에 흙을 묻힌다는 것을 외딴 산모퉁이를 돌며 나는 훔쳐보았던 것인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구름 사이로 사라졌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저만치 가고 있다 그녀가 앉았던 궁둥이 흔적이 저 능선 위에는 아직 남아 있을 것이어서 능선 근처 나무들은 환한 상처를 지녔을 것이다 뜨거운 숯불에 입술을 씻었던 이사야처럼
o문학 세상 2017. 9. 26. 13:13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o문학 세상 2017. 9. 26. 13:09
아득한 성자 조 오 현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은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나는 살아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o문학 세상 2017. 9. 26. 06:49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o문학 세상 2017. 9. 26. 06:48
토란잎 시모음-토란잎 생각들 토란잎 - 안도현 / 복효근/ 문테준 / 송태한 '약비' 중에서 http://blog.naver.com/youn580219/221069973286 약비 송태한 남산 턱밑에서 땅끝 발목까지 모시 두어 겹 두른 황사를 좇아 갈라진 저수지 등짝으로 숲의 쇄골 아래로 담뱃잎 토란잎 어르랴 흙밭 가슴에 안기랴 불면으로 탄 입술 그녀 속눈썹 위에 약비 내리다
o문학 세상 2017. 9. 23. 23:45
단풍나무 씨앗 송태한 갈바람에 나뭇가지 쓸릴 때마다 뱅그르르 돌면서 단풍나무 씨앗이 떨어지고 있다 사뿐히 지상에 안착하기 위한 버둥질 한 번 변변히 못한 채 물살에 휩쓸리듯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걸핏하면 거꾸러지는 일상 그게 아니라고 극구 손사래치고 있다 어깨를 짓누르는 중력 버텨 보려고 살붙이 딸린 제 무게 이겨보려고 아니, 꼭 한 번만이라도 마지막으로 날아보려고 잠자리처럼 활짝 날개 편 채 허공에서 온몸으로 -시집 『퍼즐 맞추기』중에서 단풍나무 씨앗 / 송태한 외2편 2016.11.13 단풍나무 씨앗 / 송태한 갈바람에 나뭇가지 쓸릴 때마다 뱅그르르 돌면서 단풍나무 씨앗이 떨어지고 있다 사뿐히 지상에 안착하기 위한 버둥질 한 번 변변히 못한 채... cafe.daum.net/okgoo45/9... ..
o송태한의 시와 시집 2017. 9. 23. 21:09
나무벤치/김남수 은행잎 몇, 앉아있다 빗방울이 귀엣말을 나누고 간다 계절의 순례자로 채웠다 비워지는 환승역 얼마나 많은 산그늘이 쉬어갔는지 삐걱거리는 다리를 한삼덩굴이 감아올린다 지난 봄 물결치던 살냄새 톱질하던 일용근로자 김씨가 허방 짚은 하루를 내려놓고 간다 까칠하게 야위어가는 벤치의 근심 발아래 제비꽃들의 자잘한 청보랏빛 위로가 무더기로 올라오고 산자락 뒤적이던 햇살이 내려와 못자국난 상처를 말려준다 정랑고개 너머 게남산 아래 순한 무릎에 쾅쾅 못질한 아카시나무 벤치 더디 오는 마을버스가 뉘엿뉘엿 노을을 싣고 떠나면 종일 서 있던 가로등이 아픈 다리를 슬며시 벤치에 내려놓는다 제23회 시안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
o문학 세상 2017. 9. 23. 12:11
묶음 문태준 꽃잎이 지는 열흘 동안을 묶었다 꼭대기에 앉았다 가는 새의 우는 시간을 묶었다 쪽장으로 들어와 따사로운 빛의 남쪽을 묶었다 골짜기의 귀에 두어 마디 소근거리는 봄비를 묶었다 난과 그 옆에 난 새 촉의 시간을 함께 묶었다 나의 어지러운 꿈결은 누가 묶나 미나리처럼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어 묶을 한 단 -2014년 현대시학 6월호
o문학 세상 2017. 9. 23.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