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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전차 / 손택수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20. 5. 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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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전차 / 손택수

 

목련이 도착했다

한전 부산지사 전차 기지터 앞

꽃들이 조금 일찍 봄나들이를 나왔다

나도 꽃 따라 나들이나 나갈까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머릿속처럼

맑게 개인 하늘 아래

전차 구경 와서 아주 뿌리를 내렸다는

어머니 아버지도 그랬겠지

꽃양산 활짝 펴 든

며느리 따라 구경오신 할아버지도 그랬겠지

나뭇가지에 코일처럼 감기는 햇살

저 햇살을 따라가면

나무 어딘가에 숨은 전동기가 보일는지 모른다

전차바퀴, 기념물 하나만 달랑 남은 전차기지터

레일은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레일을 따라

바퀴를 굴리는 힘을 만날 수 있으련지 모른다

지난밤 내려치던 천둥번개도 쩌릿쩌릿

저 코일을 따라가서 동력을 얻진 않았는지

한 량 두 량 목련이 떠나간다

꽃들이 전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저 꽃전차를 따라가면, 어머니 아버지

신혼 첫밤을 보내신 동래 온천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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