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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의 길이 환하다/ 신정민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9. 5. 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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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의 길이 환하다/ 신정민

밤새 내린 눈을 모포처럼 둘러 쓴 길이
꽁꽁 얼어붙은 강을 건너고 있다
눈길 위로 걸어간 발자국
먼저 간 발자국 위를 다시 걸어
뒤엉킨 길이 또 하나 걸어가고 있다
강둑에서 멈춘 발걸음들
문득 발자국의 임자가 궁금하다
강 건너에 도착한 풍경들
마주보고 서 있다가
발이 시릴 때쯤 안다
멀리 있는 하늘이 제일 먼저
이 길을 건넜으리라
그 아래 몰골 드러낸 산이 건넜을 테고
그 다음엔 산등성이의 그림자가
이 길을 건넜을 것이다
털갈이하는 짐승처럼 서있는 나무들도
눈길 위에 발자국을 남겼으리라
건너온 길을 바라보며
제 발자국 헤아리지 않으며
얼어있는 강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묵묵히 듣고 있는 것이다
건너지 않고 서있는 나를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풍경
강 건너 저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지우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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