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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사고 신고서 /송태한

o송태한의 시와 시집

by 송강 작가 2019. 7.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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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난사고 신고서 /송태한

 

 

 

 

   백주 대낮에 저의 집에 도둑이 들었기에 신고합니다 제 방 책상 위 벽장 속에 들어있던 귀중품을 삽시간에 도난당했습니다 추정가격은 사적인 추억까지 배가되어 도저히 금액으로 매길 수 없다고 사료됩니다 너무도 절실하여 차마 손때조차 묻히지 않은 것 새벽부터 깊은 밤 잠들기까지 혹은 자다가도 깨어나 틈틈이 들여다보며 살붙이처럼 기대어 의지하던 것 이중유리로 덮어 간직하던 말로 다하기 어려운 값진 보물이었습니다

 

 

 

   놀란 가슴에 그만 눈물도 흐르다 멈췄습니다 오늘 갑자기 집 앞에 나타난 사다리차와 전기톱 기사들이 지나간 뒤 자나 깨나 단짝으로 지내왔던 창밖 아름드리 은행나무 가지들 바람 불면 곰털처럼 제 몸을 흔들고 한밤중 빗속에서 자개장처럼 반짝거리던 잎새들 우듬지 까치집과 그 가족들 새벽부터 수시로 찾아와 잎새 뒤에 숨어 지저귀던 은행알처럼 앙증맞고 말랑말랑한 새소리들 여름 그늘 속 서늘한 그리움 담가두었던 제 가슴속 함지박까지 송두리째 도난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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