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떠나가네 /송태한
오늘밤 나는 하루를
막차에 실어 보내네
필름 같은 객차 창에
칸칸이 엷은 등불 켜지고
창가에 비치는 몇몇 얼굴
가방 속엔 한 뭉치 어둠을 싣고서
열차는 덜커덩 바퀴를 굴리네
아무 팻말도 없는 접경지대
망각과 회상의 간이역
액자 모양 뿌연 터널을 지나며
몇 장의 사진이 망막 저편 걸리네
물레방아 소리 흘리며 돌아가는 영사기
쏟아지는 스크린 화면처럼
밤의 들녘을 가르고 가네
지붕 위 촉촉한 별빛
한 량 한 량 앨범 줄지어 엮은
그을린 나의 기차는
고단한 기억을 한 짐 부려놓고
아슴한 꿈의 저편을 감아
선로도 없이 흔들거리며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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