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밭
송태한
그대 처음 만난 날짜
어떤 기념일도
이젠 손꼽지 않겠습니다
손 안에 맴도는 문자 메시지
문득 비치는 인파 속 모습에도
눈 딱 감기로 했구요
지붕 낮은 카페의 선율
비 개인 물가의 해거름
깔깔대던 웃음소리까지
마침내 뇌리에서 지우겠습니다
가슴 떨리는 이름 석 자로
더 이상 울먹이지 않고
함박웃음마저 꾹 참을 수 있건만
나도 몰래 꿈결에 찾아드는
억새밭 사잇길 첫 키스는
바람 눕는 가슴 속 뒤란에
와인처럼 입 막고 쟁여두겠습니다
-시집 『퍼즐 맞추기』 천년의 시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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