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송태한
난세의 바다를 호령하던 장군이
세종로 사거리에 꼬박 서서
생각에 잠겨있다
몰려든 인파와 함성소리
그 해의 풍랑 일 듯 심상치 않다
목숨을 바꾸고 지킨 땅
승전의 북소리 깃발 대신
차량의 매연과 소음
현기증 이는 움직임 광장에 가득하다
역사에 우뚝한 23전 23승
무수한 적군을 무찌른 바다
왜군의 함선과 주검 묻은 그 물결 속에
스스로 제살붙이 수장함이 웬 말인가
경복궁 문밖까지 나와 앉은
대왕은 저 숨막히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가
용상 위 펼쳐든 서책엔 길이 있는가
달려가 쩌렁한 목청으로
그 배 멈추라고 큰 칼 뽑고 싶지만
남은 판옥선 순시선 띄워
물살에 좌초한 젊은 목숨 구하라고
날 선 명령 어서 내리고자 하건만
오백 년 세파에 입술은 굳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산도 달 밝은 밤 수루에서 읊던
애 끓는 시조만 입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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