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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송태한

o송태한의 시와 시집

by 송강 작가 2019. 7. 2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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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송태한

 

 

 

난세의 바다를 호령하던 장군이

세종로 사거리에 꼬박 서서

생각에 잠겨있다

몰려든 인파와 함성소리

그 해의 풍랑 일 듯 심상치 않다

목숨을 바꾸고 지킨 땅

승전의 북소리 깃발 대신

차량의 매연과 소음

현기증 이는 움직임 광장에 가득하다

  

 

역사에 우뚝한 23전 23승

무수한 적군을 무찌른 바다

왜군의 함선과 주검 묻은 그 물결 속에

스스로 제살붙이 수장함이 웬 말인가

  

 

경복궁 문밖까지 나와 앉은

대왕은 저 숨막히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가

용상 위 펼쳐든 서책엔 길이 있는가

  

 

달려가 쩌렁한 목청으로

그 배 멈추라고 큰 칼 뽑고 싶지만

남은 판옥선 순시선 띄워

물살에 좌초한 젊은 목숨 구하라고

날 선 명령 어서 내리고자 하건만

  

 

오백 년 세파에 입술은 굳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산도 달 밝은 밤 수루에서 읊던

애 끓는 시조만 입가를 맴돈다

 

-송태한 시집 『우레를 찾다』 (시와표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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