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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등 뒤에서/송태한

o송태한의 시와 시집

by 송강 작가 2018. 12. 1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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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등 뒤에서  
                   시인/송태한


밤은 등 뒤에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살갗을 타고
간지럽게 파고들다가
무명천 눈꺼풀 늘어뜨리고
그림자 흘리며 미궁으로 내닫는다
커다란 지축의 톱니바퀴를 돌려
바늘구멍 촘촘한 암막 커튼으로
그물 던지듯 눈부신 해를 덮고서
품속에 숨겨둔 천의 얼굴을 하나 둘 꺼낸다
어제의 서재를 짓밟고
이브의 욕정
아담의 피가 뒤섞인 독주로
밤새도록 성배(聖杯)를 불린다
눈에는 산호초 일렁이는 눈물바다
등 뒤로 먹구름 몇 중대 도열시킨 채
갈기를 휘날리며
깊은 갯벌과 대숲을 건너온 아침
수문장처럼 빗장 훤히 걷어 내고
젖은 대지에 하루 분의 목숨들을 쏟아낸다. 

 

 

-이지데이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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