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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천양희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8. 2. 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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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일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다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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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의 설정이 잘 못되어서 또는 과정이 잘 못되어서 낭패를 당해 본 경험이 어디 한 두 번이겠나, 잘 못 채어진 단추 때문에 헐렁한 폼으로 나섰다가 바쁘게 매무새를 고치는 일들이나 서두러 가야할 길을 더 서둘게 하는 일들이 다반사다. 잘 못이 잘못을 일러준다, 잘 못 되어봐야 잘 못 된 줄을 안다, 산다는 게 단추 구멍을 채우는 일 같지만 마냥 그게 쉽지가 않다. 모범답안은 후회가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역사는 아쉬운 빈틈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게 사람 사는 일이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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