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 릴케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소서. 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 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잠 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르 쓸 겁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멜 것입니다.
o문학 세상
2017. 10. 30.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