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에서/박승우
국밥집에서 박승우 (1961~) 허름한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먹다보면 그래도 사는 게 뜨끈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장난 시계와 삐걱거리는 의자와 비스듬히 걸린 액자가 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국밥 한 숟갈 목젖을 데워오면 시린 사랑의 기억마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도 쓸쓸함도 다 엄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자리 모여 앉아 제각각의 모습으로 국밥을 먹는 사람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낯이 익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주 한 잔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으며 구겨진 날들이 따뜻하게 펴지고 있다.
o문학 세상
2018. 12. 16.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