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풍경(風磬) 하나 1 / 허형만
내 마음 속에
풍경 하나 살고 있지
심지 곧은 하얀 자작나무
맨 꼭대기에나 살고 있는지
바람만 건 듯 불어도
금새 소리를 밝히는,
한겨울 까마귀떼 몰려와
콕콕콕 심장을 조을 땐
한결 더 울림이 잦은,
그리하여 오늘 밤처럼
오쩌지 못하며 잠 못 이룰 때
그것은 순전히 내 마음 속
풍경도 잠 못 이루며 설친 탓인지
내 마음속 풍경(風磬) 하나 2
내 마음속에 절 하나
갖고 싶다 절까지는 말고
단칸방 암자 하나
갖고 싶다 암자까지는 말고
미루나무 우듬지 까치집 같은
적멸의 골방 하나 갖고 싶다
그 골방의 처마 끝에서 울려오는
이른 새벽 허허청청
이슬 내리는 소리보다 더 맑은
풍경 소리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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