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수련 연못〉에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클로드 모네가 후기에 지베르니 지역에서 즐겨 그리던 수련화다. 그는 1905년에서 1908년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수련을 그렸고, 1909년에 뒤랑-뤼엘 갤러리에서 초기 수련화 마흔여덟 점을 전시하며 이 시리즈를 처음 공개했다. 이 그림은 그 전시에 나온 작품이다. 전시는 호평을 얻었고 작품 판매도 잘되어 당시 전시된 작품들이 세계 곳곳에 소장돼 있다. 이 그림은 그때 딜러 폴 뒤랑-뤼엘이 직접 사서 나중에 찰스 알렉산더라는 뉴욕의 유명한 변호사에게 판 것이다.
폴 뒤랑-뤼엘은 당시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중요한 미술의 흐름을 뒷받침하던 역사적인 딜러다. 1860년대와 1870년대 ‘바르비종 스쿨(Barbizon School)’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중요한 풍경화가들을 다뤘고, 1870년대 초에는 일찍부터 인상파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파리와 런던에 있는 자신의 갤러리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1886년에는 뉴욕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를 열어 호평을 받기에 이른다. 뉴욕 전시 이후 모네는 훨씬 유명해지면서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미국에서 인상파 미술 작품의 시장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폴 뒤랑-뤼엘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화가들은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야외에서 그리는 것을 ‘앙플레네르’라고 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이 개념을 아주 중시했다. 모네의 수련화는 앙플레네르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가장 잘 보여 주는 그림이다. 앙플레네르는 말 그대로 밖에서, 자연광 아래에서 그린다는 뜻으로, 스튜디오에서 상상만으로 풍경을 그리는 것과는 정반대된다. 모네가 연못을 즐겨 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물 표면이 햇빛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에도 매 순간 색깔이 바뀌고, 물 위에 떠 있는 수련도 다양한 색과 모양을 띤다.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색이 단순하게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색으로 변화한다. 자연광 아래에서 다채롭게 변화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연못과 수련은 모네에게 ‘바깥에서 그리는 재미’를 극대화해 주는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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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송강 송태한
유영하는 한 무리 물새처럼
키 작은 생애 물 위에 드러내고
물 밑으로 맨발 저으며
몇 겹 인연의 물길 건너왔어라
가슴 언저리 스쳐가는
잡힐 듯 말 듯 구름의 속살
일렁이는 얼굴 수면에 비추며
석양에 저어보는 물빛 노래
붉은 심장 마음을 달구거나
이성이 닻처럼 찬물에 잠기거나
누운 부처의 눈빛으로
한쪽은 이승을 둘러보고
다른 눈으로 아스라이
발치의 영겁 세어보는 듯
-월간문학629
2021. 7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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