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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 /송태한

o송태한의 시와 시집

by 송강 작가 2020. 12. 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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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송태한

 

 

모딜리아니

너의 그림은 젖어있다

주황과 붉은 색이 섞인 초콜릿 피부에

아침햇살 스며드는 창가에서 마시는

진한 커피 향내를 뿜으며

고개를 반쯤 기울인 채

커다란 흰자위 눈가에 눈물이 고여

목이 긴 너의 여자는 슬픈 예감에 젖어있다

 

모딜리아니

너의 여자에게는 물이 흐른다

시작 모를 샘가에서 졸졸거리는 물줄기는

작은 구릉과 계곡을 타고 돌며

팔과 다리의 가느다란 굴곡을 그리며

회귀하는 연어가 뛰는 사행천

스치는 물결 여운처럼

구불구불 낮게 흘러내린다

 

모딜리아니

너의 여자 잔느는 내 시선을 부른다

그냥 못 본 체 지나치지 말라고

바람의 커튼이 날리는 숲가의 누각

내가 여기에서 기다린다고

죽어서도 너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가녀린 손과 팔을 넝쿨손처럼 뻗어

살랑살랑 내 소매를 당기고

허리를 감아 목을 조이고

숨이 멋을 듯 간지럽게 다가와

기어이 내 손목과 영혼을

하얗게 묶는다

 

-시집 『퍼즐 맞추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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