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의 화가' 김창열. 1972년부터 물방울을 그리며 프랑스 등 유럽 화단에 이름을 알렸던 그에겐 고민이 있었다. 캔버스에 물방울을 담아냈지만 화면의 밀도가 문제였다. 우연히 프랑스의 대표 일간지인 '르 피가로'지 위에 물방울을 가필했고 그 순간 신문지는 그에게 텅 빈 캔버스의 공허함을 채울 대안이 되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있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작가의 그같은 작업 여정을 모은 소장품전을 준비했다. '매체와 물방울'전이다.
이 전시에는 신문지 위에 물방울을 표현한 20여 점이 나왔다. 작가는 신문이 갖고 있는 정보 전달의 기능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문자와 물방울을 결합시켜 대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시켰다. 신문지가 실재하는 삶의 영역이라면, 그 위에 그려진 물방울은 상상적이고 환영적인 거였다. 이들 작품은 '회귀' 시리즈를 열어주는 과도기적 역할을 하는 것들로 김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