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물고기 / 김경선
가게 문을 열면 풍경소리가 들린다
아침 일찍 물고기가 운다
수문이 열리고
꼬리를 흔드는 물고기 한 마리
마른 허공에 강물을 풀어 놓고 첨벙 뛰어 오른다
수선집 문이 열리고 딸랑딸랑 파문이 인다
주인 보다 먼저 인사를 하는 미스 물고기
그녀의 반경은 10cm
쇠종에 시계추처럼 묶여 헤엄을 친다
노처녀로 늙은 주인 여자의 반경도 5m
여섯 평 가게에 묶여 미싱을 돌리는 미스 김
종일 페달을 밟고 달려도 늘 제자리다
어서 오세요 정말 멋져요 딱 맞아요
뻐끔뻐끔 그녀의 입에서 물방울이 쏟아진다
종일 그녀는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손님이 뜸해지면 오래전 아가미에 가두어둔 강물소리에 젖어 추억에 잠긴다
지지난해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만난 물고기
어느 강물을 거슬러 올랐는지
비늘이 헐었다 쇠종에 매달려 제 몸으로 종을 치는 종지기
그 소리 맑고 구슬프다
누가 그녀를 저곳에 매달았을까
몸값을 지불해도 저주는 풀리지 않는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고
나를 풀어달라고
물고기가 운다
수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선다
미스 물고기, 이때닷!
힘껏 꼬리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