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박철영
세상사를 말할 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피우고 맺힌
호박덩이일지라도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
숨 턱턱 막힌 삼복더위와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지칠 줄 몰랐을 저 붙 같은 성정
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
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
두 동강을 낸 뒤에야
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
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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