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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포스터 미술평론가

o미술 세상

by 송강 작가 2022. 11. 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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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미국의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가인 핼 포스터Hal Foster의 저서 The Return of the Real: The Avant-Garde at the End of the Century(The MIT Press, 1996)를 번역한 것이다. 『실재의 귀환』은 1960년대 이후 30여년에 걸쳐 북미와 서유럽의 전후 미술의 장에서 일어난 이론 및 실천상의 중요한 변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터는 서론에서 자신의 책이 "결코 역사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 책의 관심사는 뚜렷하게 역사적이다. 이는 그가 반대하고자 하는 문제항이, 동시대의 미술관과 미술시장 그리고 학계를 풍미하는, 뭘 해도 된다는 식의 탈 역사주의와 그릇된 다원주의라는 점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포스터가 지켜내고자 하는 역사가 기존의 현대미술사를 지배해온 관례적 담론, 즉 모더니즘의 역사주의가 아님은 더욱 더 분명하다. 오히려 포스터는 이 책이 고찰의 출발점으로 삼은 1960년대를 "포스트모더니즘이 완연히 도래한 시기"라고 보며, 무엇이 그 시기에 모더니즘으로부터의 단절과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전환을 야기했는가에 주목한다.

포스터에 의하면, 1960년대의 중요성은 서로 맞물려 있는, "현재"의 전환과 "역사"의 복귀 사이의 관계에 있다. 이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포스터는 변위(parallax)라는 개념과 지연된 작용(deferred ac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데, 전자가 어떤 대상의 위치는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움직임으로 인해 바뀌게 됨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어떤 사건의 의의가 이후의 다른 사건을 통해서만 뒤늦게 산출됨을 의미한다. 즉 과거의 위상은 현재의 동향에 의해 새롭게 틀지어질 수 있고, 이로써 지연되어왔던 과거는 현재로 복귀하며, 이렇게 변위된 과거의 의의는 그 과거의 지연을 종식시킨 현재의 사건에 의해 사후적으로 산출되고, 마지막으로 이 의의를 통해 현재의 움직임에도 다시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순수한 지금"이라는 것은 없으며, 모든 현재는 "상이한 시간들의 혼합"이라고 포스터는 말한다. 다시 말해, 현재는 반조적(reflexive)인 것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과 과거에 대한 회고에서 모두 되비치는 현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20세기에 일어난 아방가르드 사건들의 의의이다. ● 60년대의 네오-아방가르드에게서 시작되는 이 반조적 "현재"는 모더니즘 미술사의 시간적이고 통시적이며 자율적인 미술의 역사라는 것에 의혹을 던지며 과거를 다시 돌아보았고, 그 과거 속에서 모더니즘 미술사에 의해 지연되고 있던, 공간적이고 공시적이며 사회적인 미술의 차원을 발견했으며, 그렇게 상실되어 있던 역사의 가치, 즉 20세기 초 유럽의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위반적 가치를 복귀시킴으로써 모더니즘과의 단절,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전환이라는 "현재"의 근본적인 변형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 그러나 현재의 이러한 변형 자체가 미술의 위반적 가치, 미술의 비판성을 아무런 제한도 없이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변형이 모더니즘의 통시적 시간축에 대항하여 재도입한 역사의 공시적 공간축을 지배하는 것은 다국적 자본주의라고 하는 가장 선진적인 자본주의의 맹타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의 변형, 그 출발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네오-아방가르드의 경우를 보자. 미니멀리즘과 팝 아트로 대변되는 네오-아방가르드는 역사적 아방가르드를 부분적으로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즉 미술의 공시적 조건들을 반성하는 작업과 레디메이드의 비판적 전략들을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후기-모더니즘의 미적 질서와 단절하는 동시에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제도 비판을 복귀시켰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의 산업적 사물들과 팝 아트의 시뮬라크라를 생산해낸 방식은 기계화, 표준화였으며, 이는 선진 자본주의의 생산 논리와 일관된 것이었기에, 결국 미니멀리즘과 팝은 선진 자본주의의 "수열적" 질서에 통합되면서 그 위반적 가치에 제한을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20세기 후반의 아방가르드가 복귀시킨 미술의 위반적 가치와 그 가치를 제한하는 선진 자본주의의 맹타는 이후 3장에서부터 6장에 걸쳐 60년대 이후 30여 년 간의 동시대 미술과 이론을 읽어나가는 포스터의 서사에서 근간을 이룬다. 3장에서 다루는 70년대 미술의 텍스트적 전환은 차용미술, 사진의 자기성찰적 사용, 알레고리 미술 등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요소를 이루었던 기호들을 지각과의 관계로부터 분리된, 순수히 텍스트 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주체와 객체를 모두 똑같이" 탈중심화시킬 수 있는 미술의 가능성을 낳는다. 그러나 "상품-기호의 수난, 즉 선진 자본주의 아래에서 일어나는 상품-기호의 영고성쇠는 상품-기호에 대한 열망"으로 쉽게 비화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기호의 물화 및 파편화에 대한 비판자와 감식가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도래한다. 4장에서 다루는 관례주의 미학의 80년대는 70년대의 텍스트 모델을 결국 붕괴시키고마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네오-지오의 시뮬레이션 회화와 제프 쿤스 등의 상품 조각은 사물, 사건, 심지어는 사람조차도 소비할 이미지로 변형시켜버리는 선진 자본주의에 유혹 당해 기표를 물신숭배하며 복제의 지점까지 가버린, 정치적 단념과 물신숭배적 매혹의 미술로서, 페터 슬로터다이크가 정신분열적 "교태"라고 묘사한 냉소적 이성의 완벽한 구현이다.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의 미술이 선진 자본주의의 공간 속에서 낳은 이 같은 텍스트와 이미지의 이중적 팽창은 90년대 들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반응을 일으켰다. 실재적인 것에로의 전환과 지시대상에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5장에서 다루어지는 실재적인 것은, 60년대 이후 미술의 또 다른 궤도인 워홀의 외상적 리얼리즘과 수퍼리얼리즘의 외상적 환영주의를 거쳐나온 차용 미술과 혐오 미술에서, 훼손된 신체 그리고/또는 외상적 주체를 통해 환기된다. 6장은 민족지적 전환을 통한 타자성(alterity)의 문화정치학을 논의한다. 타자에 대한 실재론적 가정 그리고 타자를 무의식과 연관시키는 원시주의적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민족지적 전환의 선례들, 즉 20세기 전반의 이단적 초현실주의나 네그리튀드 운동과는 달리, 타자성에 대한 90년대 미술의 탐구는 원시주의적 환상을 탈접합하는 한편 주어진 정체성 그리고/또는 소속된 공동체 속에 근거를 둔 작업을 통해, 자아를 "타자화"하기보다 타자를 "자기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 마지막 장인 7장에서 포스터는 그가 미술과 이론의 핵심이라고 보는 주체, 문화적 타자, 테크놀로지에 대한 담론에 중요한 변동들이 일어난 세 번의 역사적 순간들, 즉 1930년대 중엽, 1960년대 중엽, 그리고 1990년대 중엽을 고찰한다. 각각 본격 모더니즘의 정점,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 그리고 동시대 미술의 시기로 포착된 이 세 시기에 대한 고찰을 통해 포스터는 그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적용해온 변위와 지연된 작용이라는 역사적 방법을 정교화하여,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이의 관계를 "예상된 미래와 재구성된 과거의 이어달리기"로서 제시하며, 그러한 역사의 궁극적인 요점이 "우리의 현재적 투사도 마찬가지로 시야 속에 집어넣으려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러하므로 "올바른 거리와 비판적 역사의 문제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 포스터가 변위적 틀짓기라는 자신의 모델로 이 책에서 설명해온 20세기말 미술의 동향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이 모델로 지켜내고자 하는 "올바른 거리와 역사의 문제"라는 것은 20세기말 북미의 뉴욕이라는 특정한 시공간으로부터 역사적으로 또 지리적으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의 시공간, 즉 오늘날 동아시아의 한국에도 아주 유용한 시사를 던져주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동일시가 어떻게 틀지어지는가를 이해함에 의해서 또 그러한 틀 자체를, 그 틀짓기가 우리와 연관시키는 대상의 탐구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사용함에 의해서, 우리가 자리한 바로 지금·여기에서 비판적 거리와 올바른 동일시의 필요성을 다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경성대학교 출판부

차례 ● 저자서문 / 서론 / 누가 네오-아방가르드를 두려워하는가? / 미니멀리즘이라는 교차점 / 기호의 수난 / 냉소적 이성의 미술 / 실재적인 것의 귀환 / 민족지학자로서의 미술가 / 포스트모더니즘에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는가? / 역자후기

지은이 ● 핼 포스터는 1955년에 시애틀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는 1981년부터 87년까지 『아트 인 아메리카』 지의 수석 편집자로 활동했고, 이후 1987년부터 91년까지는 휘트니 미술관 독립 연구 프로그램의 비평 및 전시 연구 부문의 책임자를 지낸 바 있다. 현재 그는 코넬 대학교를 거쳐 프린스턴 대학교의 현대 미술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또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옥토버』 지의 공동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러 저서들과 편 저서들을 출간했는데, 그 중 『반 미학The Anti-Aesthetic』(Bay Press, 1983)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현대미학사)되어 널리 읽혀진 바 있다. 그리고 그밖에도 『동시대 문화에 대한 논의들_Discussions in Contemporary Culture』(Bay Press, 1987), 『시각과 시각성_Vision and Visuality』(Bay Press, 1988)와 같은 미술/문화이론 관련 논문선집들과, 『리코딩스_Recodings』(Bay Press, 1985), 『강박적 미_Compulsive Beauty』(The MIT Press, 1993) 등의 저서들이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저서로 『디자인과 범죄_Design and Crim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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