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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샤프

o미술 세상

by 송강 작가 2021. 1. 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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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하면 생각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혹자는 앤디 워홀(Andy Warhol) 혹은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를, 누군가는 키스 해링(Keith Haring)을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앤디 워홀의 후배이자 바스키아의 절친이며 키스 해링의 룸메이트였던 케니 샤프(Kenny Scharf)다.

▶ Boombox 1, 1982 ⓒ롯데뮤지엄

▶ 2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전시가 열리는 롯데뮤지엄
3 Cosmic Cavern (CLOSET#29), 2019
4 카밤즈 퍼포먼스 ⓒ롯데뮤지엄

그는 앞선 세 아티스트와는 달리 지금도 활발히 작품을 내놓는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다. 1958년 미국 LA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1980년대에는 바스키아, 키스 해링과 교분을 쌓으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 활동 분야도 넓었다. 초기에는 그래피티를 그리며 거리의 예술가로 살았고, 이후로는 회화, 조각,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다. 밝은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을 낳았고, 덕분에 대중과 친숙한 작가가 됐다. ‘팝아트의 황제’라는 별칭은 그의 현재를 말해준다.
 
1970년대 뉴욕 거리를 담다

케니 샤프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는 뉴욕의 대중문화가 급속도로 퍼지던 시기다. 당시 젊은 예술가였던 그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포착해 공상과학만화의 캐릭터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애니메이션 ‘우주가족 젯슨(The Jetsons)’과 ‘고인돌가족 플린스톤(The Flintstones)’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젯스톤(Jetstone) 시리즈는 케니 샤프의 독특한 캐릭터의 모태가 됐다.

익살스러운 캐릭터와 함께 작품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면, 밝은 색감과 명랑한 분위기 이면에 담긴 그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냉전시대 우주로의 탐험은 그의 작품을 초현실적인 우주 공간으로 인도했다. 친구들을 빼앗아간 마약과 에이즈의 공포 그리고 핵전쟁과 환경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고스란히 그의 작품에 녹아 있다.

1978년부터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는 젊은 작가들이 이스트빌리지의 ‘클럽 57’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세인트 마크 플레이스(St. Mark’s Place)의 교회 지하실을 개조한 이 클럽은 케니 샤프를 비롯한 젊은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장소였다. 이곳에서는 아름답기보다는 거칠고, 전염성이 강한 무엇인가가 쉴 새 없이 일어났다. 다양한 계층과 인종, 성별을 아우르는 이스트빌리지의 예술가들은 밤마다 이곳에서 포럼을 열었다.

그들의 전무후무한 실험정신은 젊은 패기와 창의적인 반항정신의 대명사이자 시장경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됐다. 이들의 실험적 예술 방식은 주류 미술관의 주목까지 이끌어냈고, 나아가 이들은 이스트빌리지 사교계의 주요 인물이 되었다. 클럽 57의 새로운 문화는 비전문적이고 즉흥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을 통해 주류 예술에 도전했다. 현실에 대한 불안과 혼란은 그들 예술의 또 다른 에너지가 되었다.

반항아들의 집합소

이후 케니 샤프,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는 퀸즈의 P.S.1에서 진행된 ‘뉴욕/뉴 웨이브’ 전시에 초청되었고, 처음으로 그들의 새로운 예술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극도의 불안에서 탄생한, 단 하룻밤의 재미를 위한 클럽 57의 실험들은 그들 작업의 근간이 되었고, 1980년대 이후 현대사회의 시각문화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예술에 규칙은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을 깨면 된다. 규칙을 깨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난 언제나 그렇게 한다.”

▶ 1 Death of Estelle (Having a Television Pizza Party, What Fun), 1979
2 Death of Estelle (Escaped in Time,I_m pleased), 1979
3 Dragon Serpents adore Korea!. 2018
4 Face Value, 2004_2 ⓒ롯데뮤지엄

▶ 5 Tang, 2007
6 Pikaboom, 2012
7 Orbital Pink Frosted, 2015 ⓒ롯데뮤지엄

학창 시절, 만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우주에 집착하는 그의 작업은 ‘장난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케니 샤프가 직면한 현실은 경제공황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 냉전시기, 미국은 자국의 강대함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달 탐사선, 인공위성, 우주 정거장 등 우주개발에 집중함으로써 낙관적인 우주시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1979년에 스리마일 아일랜드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핵전쟁과 환경 파괴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81년부터 전 세계에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한 AIDS 역시 세기말 지구 종말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포 그 자체였다.

케니 샤프는 핵폭발에 의해 지구가 멸망한 그 이후의 모습을 우주에 사는 가족 ‘젯스톤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는 핵폭발을 연상시키는 버섯구름과 미래 시대의 건축물을 과거의 풍경에 배치하고 사이키델릭한 색채로 표현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이 교차된 혼란스러움을 이야기한다. 현실의 고민을 과거와 미래의 만화 캐릭터로 표현하고, 이로 인해 초현실적인 현실을 만드는 그의 그림은 표면은 유머러스하지만 내면은 사뭇 진지하다.

1987년 앤디 워홀이 세상을 떠났고, 1988년에는 바스키아가, 1990년에는 키스 해링이 유명을 달리했다. 케니 샤프에게는 혼란의 시간이었다. 그는 뉴욕에서 브라질로 떠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해변의 정글에서 생활했다. 명성을 얻고 나니 그림에 몰두할 수 없었고, 마음이 산란했다.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의 추억이 그리운 ‘상실의 시대’였다.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슈퍼팝’을 재정의했다. 20세기 후반의 예술운동,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 그리고 1970년대의 미니멀아트를 혼합해 ‘슈퍼팝’을 만든 것이다. 그의 ‘슈퍼팝 유니버스’는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든다. 낡은 물건에 그림을 그려 새 것을 만들고, 도넛은 우주를 향한 우주선이 된다. 그의 작품에는 예술사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있다. 케니 샤프는 말한다.

“예술은 지루하지 않다. 예술은 우리와 함께 하며, 우리 삶을 바꾸는 즐거운 일이다.”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전시

전시회에서는 매달 네 번째 주 토요일에 케니 샤프의 작품 세계를 체험해보며 배워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옥스퍼드 블록으로 아트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마블링 기법을 활용해 입체 조형물로 만들어보고, 버려진 공병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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