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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벤치/김남수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7. 9. 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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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벤치/김남수

 

  

은행잎 몇, 앉아있다

빗방울이 귀엣말을 나누고 간다

 

계절의 순례자로 채웠다 비워지는 환승역

얼마나 많은 산그늘이 쉬어갔는지

삐걱거리는 다리를 한삼덩굴이 감아올린다

 

지난 봄 물결치던 살냄새 톱질하던 일용근로자

김씨가 허방 짚은 하루를 내려놓고 간다

 

까칠하게 야위어가는 벤치의 근심

 

발아래 제비꽃들의 자잘한 청보랏빛 위로가

무더기로 올라오고

산자락 뒤적이던 햇살이 내려와

못자국난 상처를 말려준다

 

정랑고개 너머 게남산 아래

순한 무릎에 쾅쾅 못질한 아카시나무 벤치

더디 오는 마을버스가

뉘엿뉘엿 노을을 싣고 떠나면

종일 서 있던 가로등이

아픈 다리를 슬며시 벤치에 내려놓는다

 

 

제23회 시안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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