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 이생진
도시 한복판에서
혼자 사는 어부를 생각하는 것은
생각부터가 쓸쓸하다
홍어잡이 배에서 젊은 팔을 잃은 윤씨
이번엔 팔이 되어준 아내를 잃었으니
뭐라고 말해야 위로가 될지
그래도 나보고 만제도에 오라한다
한 손으로 마늘을 깔 수 있으니 김치를 담글 수 있고
통발을 바다에 던졌으니 우럭은 들어있을 거고
당신이 좋아하는 별은 밤새 봐도 닳지 않으니
만제도에 오라 한다
인사동 커다란 유리에 비친 윤씨의 얼굴
내가 가면 그의 아내처럼 커피잔을 들고 나오겠지
통발을 뜰어올려 우럭을 꺼내던 손
배에서 내리자 마자 그 손이 나를 끌어안는다
그의 손과 나의 손
손끼리 통하는 말
그건 언어가 아니라 끈끈한 점액이다.
귀뚜라미/나희덕 (0) | 2017.09.27 |
---|---|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0) | 2017.09.27 |
선운사에서 / 최영미 (0) | 2017.09.27 |
한 잎의 여자 /오규원 (0) | 2017.09.27 |
포옹 / 이수익 (0) | 2017.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