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베르메르가 후원자 반 라위번의 아내를 그린 그림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을 완성하여 공개하는 자리에서 반 라위번이 베르메르에게 아내의 옷을 '인디언 옐로'로 칠했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베르메르가 그렇다고 하자, 반 라위번이 인디언 옐로는 망고잎만 먹은 소의 오줌으로 만든 색이라고 하면서, 자기 아내에게 딱 맞는 색을 칠한 셈이라고 농담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작가는 인디언 옐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인디언 옐로는 인도에서 15세기쯤 발견되었으나 유럽 화가들이 이 색을 사용한 것은 18세기 이후이다. 인디언 옐로가 문헌에 처음 나타나는 것은 1786년 아마추어 화가 드허스트(Roger Dewhurst)의 편지에서다. 더구나 유화에 쓰인 것은 그보다 훨씬 이후인 1830년대 이후라고 한다. 그러니까 베르메르가 활약하던 1660년경에는 이런 안료가 유럽에 있었을 리 없다.
영화에서 단지 재미있는 대사를 위해 그런 설정을 한 것 같은데, 시나리오 작가에게 이런 전문적인 고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년을 준비했다는 원작소설에서도 이런 오류가 나온다. 소설에서는 노란색으로 마시코트(massicot)를 썼다고 나온다. 그러나 이 마시코트도 1841년에 발견된 광물성 안료이다. 베르메르가 썼던 노란색은 납과 주석으로 된 노랑이었을 것이다.
베르메르의 그림들은 빛의 효과에 대한 해석에서 인상파에서야 나타나는 현대성이 보인다. 그러나 인상파처럼 튀지 않고 매우 안정적이다. 엄격하게 사실적이며 생명이 살아 있는 분위기를 나타낸다. 그러면서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동작이 정지해 있는 듯하다.
유혹적인 여인을 묘사하는 말로 '팜므 파탈'(femme fatal)이란 말이 있다. '치명적인 여인'이란 뜻으로, 관계가 엮이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너무나 유혹적이라서 피할 수 없는 여인을 말한다. 베르메르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몸을 드러내지 않고 얼굴만으로도 이 소녀를 팜므 파탈로 그려냈다. 소녀는 반쯤 벌린 입술 사이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도 하고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