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에서 1 / 허형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
몰라도 좋아라
해 뜨고 해 지는 자리
몰라도 좋아라
풀꽃도 여기서만은 제 살결로 빛나느니
홍도에서 2
바다의 슬픔들이
비로소 익어간다
지상의 슬픔들도 따라서 익어간다
그 슬픔
벌겋게 익어
절벽에 걸려 있다
홍도에서 3
햇살도 이곳에선 눌러앉았으리
청청대해 깊고 깊은
외로움에 젖다가 말려지다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신열
파도와 몸 섞다가 흐느끼다가
마침내 겹겹 바위로 일어섰으리.
홍도에서 4
아득한 세상길
그리워하지 않기
두고 온 발자국도
아쉬워하지 않기
새벽별
파도에 밀려와
허공을 밝히느니.
* 허형만 시집 '비 잠시 그친뒤'(문학과 지성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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