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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에서 / 허형만

o문학 세상

by 송강 작가 2017. 9. 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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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에서 1 / 허형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
몰라도 좋아라
해 뜨고 해 지는 자리
몰라도 좋아라

풀꽃도 여기서만은 제 살결로 빛나느니






홍도에서 2


바다의 슬픔들이
비로소 익어간다


지상의 슬픔들도 따라서 익어간다


그 슬픔
벌겋게 익어
절벽에 걸려 있다






홍도에서 3



햇살도 이곳에선 눌러앉았으리


청청대해 깊고 깊은
외로움에 젖다가 말려지다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신열
파도와 몸 섞다가 흐느끼다가
마침내 겹겹 바위로 일어섰으리.






홍도에서 4



아득한 세상길
그리워하지 않기 
두고 온 발자국도
아쉬워하지 않기


새벽별
파도에 밀려와
허공을 밝히느니.




* 허형만 시집 '비 잠시 그친뒤'(문학과 지성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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