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허형만
덕유산 국립공원 숲에서
수백 갈래로 찢겨진 갑옷을 입고
야생의 혓바닥으로
저 높은 하늘을 핥고 있는
굴참나무 한 그루
목숨이란 처절한 것이다
사람들은 굴참나무 아래를
무심하게 지나가고
어디서 오셨는지 다람쥐 한 마리
눈망울 반짝이며 꼬리는 꼿꼿이
검투사처럼 날렵하게 굴참나무를 오른다
이만한 풍경에도 감동하는 나이
처절한 목숨보다 더 처절한 건
갑옷 한 벌 갖추지 못한
나의 시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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