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어느날 정체 모를 코로나바이러스19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미국에서 부터 영국,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자타공인 지구행성 대표 선진국들이 추풍낙엽처럼 코로나바이러스19 앞에 무릎 꿇고 쓰러져 나갔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일찌감치 마스크에 익숙했던 한국과 달리 서구의 여러나라에서는 마스크 쓰지 않는 자유를 달라며 시위가 계속 되기도 했지만, 2파 3파 코로나 유행이 격심해지자 어느덧 각 나라들은 마스크 착용을 당연시 하며 비로소 정착화 국면에 들어섰다.
그리하여 극장, 상점, 목욕탕, 음식점 이용뿐 아니라 줄서기와 산책, 등산할 때에도 마스크를 써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유, 초, 중, 고, 대학교와 모든 모임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활동과 마스크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각자 가정에서 사람들이 머무는 집콕 생활이 사회 활동을 점차 대신하게 되었다. 컴퓨터와 타블렛,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통한 인터넷 생활이 코로나19 시대를 지켜주는 유일한 대안이 되었다. 생필품 주문을 인터넷과 주문 어플로 이용하고 학교 등교, 박물관, 미술관 방문도 가상으로 방문하는 시대가 앞당겨 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비대면 생활은 사람들이 매일 자리에서 깨어나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이제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스마트 폰을 개발한 애플사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지 채 20년이 안되었건만 어느덧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이젠 스마트폰이 필수 휴대품이 되었다. 집안에서부터 거리에서 또 이동하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속에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 보며 매순간을 보낸다. 뉴스와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즐긴다. 영화와 음악, 미술 감상이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모두 원활하게 이루어 진다. 일찌기 상상하기 어려웠던 세계의 문화와 역사, 문명의 공유가 손안에서 확인, 해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5G 등 인터넷 환경 구축과 함께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서 글로벌 세상의 문화와 문명을 내 것처럼 향유하는 시대가 어느덧 도래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대면 생활을 촉진하여 인터넷 생활, 스마트폰 이용 빈도를 더 크게 하였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확실한 미래로 가기보다는 어서 빨리 마스크 쓰기 전의 과거로 돌아 가고픈 간절한 마음이다. 소중한 공기의 고마움을 이제 배우고 있다. 물과 공기 등 자연 환경 파괴를 앞장 섰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자연의 경고라고 해석한다. 전염병의 습격을 피해 하얀 마스크를 착용하였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다. (이쩌면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리라.) 개개인 모두가 손안에 스마트폰을 쥐고서 손끝에서 글로벌 문화를 향유하며 사람들은 사회생활과 문화생활, 세계와의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iPhone Diary2020" 시리즈는 코로나19 시대를 겪고있는 세계인의 모습을 문화 생산자인 위대한 예술가들을 오마주하며 패러디 기법을 활용하였다. 널리 알려진 그림과 현대인의 생활모습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한눈에 보는 효과를 나타냈다. 세잔의 카드 플레이어와 현대의 카페 속 말 없는 인물들의 대조 그리고 컴퓨터와 바둑하는 장면의 병치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부각시켰다. 또한 피카소 작품 "삶 life" 속 기타 치는 노인이 등장해서 이 시대의 쉽지 않은 청춘들을 위해 위로하듯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마치 그림일기 쓰듯 명화와 우리 모습을 한 화면에 배치시킴으로써, 스마트폰을 통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다양한 문화 생활 모습을 하나의 화폭에 녹여내면서 생활 속 대표적 예술 문화인 명화의 새로운 해석과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또한 명화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을 21세기의 삶에 되살리며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번 "iPhone Diary2020" 시리즈는 지난 번 전시 주제였던 "소통과 교감에 대한 보고서 " 시리즈의 연장선 위의 작품이다. 같은 나무의 또다른 결과물이며 창조된 작품의 한 진화이다. 유화로 그린 새로운 장면의 몇 작품과 함께 컴퓨터 작업과 디지털 프린팅을 이용한 작품들이 함께 선보인다. 유화로 작업한 지난 시리즈의 작품들을 디지털 프린팅으로 캔버스 위에 프린팅 하였다. 그리고 코로나19 시대를 겪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재현하기 위해 컴퓨터 작업을 거쳐서 등장 인물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명화 속 눈에 친숙한 모습들을 나란히 배치해 그려 넣었다. 승객들 틈에 명화 속 인물들이 함께 앉아 있음으로해서 "낯설게 하기"기법의 효과인 새로운시각 신선미를 높혔다. 색조의 효과를 위해 대체로 전면의 승객들 위주로 아크릴 물감을 활용하여 마감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화보 편집용 이모지(이모티콘)를 그림 위에 마지막으로 덧붙임으로써 모바일을 통한 일상적인 그림과 사진 작업처럼 친숙하고 유머러스한 스마트폰 위주 문화생활로의 화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