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감
송태한
빼곡한 책시렁에 갇혀있던
큼직한 책을 펼쳐 들면 불쑥
숨어있던 꿀벌이 앵앵거린다
책갈피 잎사귀 틈에서 살며시
모시범나비 날개를 편다
범부채 벌개미취 노루오줌 광대수염
가슴에 이름표 단 유치원생들처럼
앙증맞은 꽃들이 줄지어 얼굴 내밀고
산등성이 구름 몰려가듯
한 계절 성큼 건너간다
상수리나무 타고 내려온 다람쥐가
총총걸음으로 책장을 질러간다
식물도감 마지막 쪽
제철 만난 수목원 귀퉁이엔
수줍은 뱀딸기처럼 어느 틈에
꿈꾸듯 나도 기대앉아 있다
-시집 『퍼즐 맞추기』 천년의 시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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