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관조하다
이광복 (1951~)
가을이 깊어갈수록
내 안에 소년의 울음이 짙다
온통 허물어져 내리는 것들 사이로
울음 삼키던 바위 같던 사내가
우수수 모래알로 부서지고 또 부서져
먼지가 된다, 먼지구름이 된다
흘러간다
흘러가는 것은 구름도 시간도 아닌
내 몸이다
밤늦은 시간 기도를 한다
어둠을 밟고
저 먼 우주의 은하계를 돌던 기도가 별이 된다
반짝이는 별빛이 창문을 넘어와
머리맡에 읽다 만 시집 갈피에 숨어
자꾸 나를 읽으려 한다
나는 쉽게 해석되지 않는 문장이다
누군가 내 발바닥에 밑줄을 긋고
몇 개의 각주를 달아주지만
나는 아직도 나를 다 읽지 못한다
나는 물음표의 진행형이다
※ 시집[발이 버린 신]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