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의 노래
송태한
나를 낳은 노목공老木工은
이튿날 숨을 거뒀습니다
이슥하도록 그는 내 허울을 깎고 쓸어
한 겹 결 고운 의상도 입히고
이윽고 장승의 이름자도 새겼습니다
쓰러지듯 눕기 전 마지막 땀방울은
청솔 빛 눈시울로 받았습니다
옹이 닮은 그 상처 다시금 도져
홀로 지키는 서낭당 솔길을 타고 앉아
소복차림 산안개가 울먹입니다
이끼 뭍은 전설처럼 저만치
돌탑은 오늘도 비에 젖는데
흔들리는 돌멩이 하나 손 모아 얹던
길 잃은 아이와
목공만큼 헐은 손마디 비비던 노친의
초롱불이 아니라 하면
머릿결 흩날리는 소한 눈보라 어이 재울지
봄마다 움터 오는 초록의 꽃바람은
무슨 맘으로 허리로 감기며 노래하는지
나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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