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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의 노래/송태한

o송강 온라인 갤러리(미술 작업)

by 송강 작가 2018. 4. 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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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의 노래

송태한          

 

나를 낳은 노목공老木工

이튿날 숨을 거뒀습니다

이슥하도록 그는 내 허울을 깎고 쓸어

한 겹 결 고운 의상도 입히고

이윽고 장승의 이름자도 새겼습니다

쓰러지듯 눕기 전 마지막 땀방울은

청솔 빛 눈시울로 받았습니다

옹이 닮은 그 상처 다시금 도져

홀로 지키는 서낭당 솔길을 타고 앉아

소복차림 산안개가 울먹입니다

이끼 뭍은 전설처럼 저만치

돌탑은 오늘도 비에 젖는데

흔들리는 돌멩이 하나 손 모아 얹던

길 잃은 아이와

목공만큼 헐은 손마디 비비던 노친의

초롱불이 아니라 하면

머릿결 흩날리는 소한 눈보라 어이 재울지

봄마다 움터 오는 초록의 꽃바람은

무슨 맘으로 허리로 감기며 노래하는지

나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시집 『퍼즐 맞추기』, 천년의 시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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