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문학 세상

국밥집에서/박승우

송강 작가 2018. 12. 16. 12:15

 

 

 

 

국밥집에서

박승우 (1961~)

허름한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먹다보면
그래도 사는 게 뜨끈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장난 시계와 삐걱거리는 의자와
비스듬히 걸린 액자가 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국밥 한 숟갈 목젖을 데워오면
시린 사랑의 기억마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도 쓸쓸함도 다 엄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자리 모여 앉아 제각각의 모습으로 국밥을 먹는 사람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낯이 익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주 한 잔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으며
구겨진 날들이 따뜻하게 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