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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강 작가/작가노트

o송강 온라인 갤러리(미술 작업)

by 송강 작가 2024. 7. 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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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강  작가
작가노트/ 물아일체 物我一體>

-송강

  이데올로기의 결박과 세계대전의 큰 상처를 겪은 뒤 문학과 미술은 그 순수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순수시와  비구상미술, 추상화를 탄생시켰다.  구체적 주제와 내용을 회피하고 그 장르의 절대성을 성취하기 위한 범세계적 쏠림의 결과로 말미암아 작품은 점점 난해해 졌고 예술이 어려워졌다는 평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일반 독자와 문학 그리고 관객과 추상화 사이엔 그 뒤부터 소원감이 생겨났다.   팝아트적 가벼움에 끌리는 대중들의 현실적인 속성에 작가가 거꾸로 끌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겠지만 비구상과 구상, 현실과 이상, 타협과 작가정신   사이에서  작가도 물론 생활인이기에 종종 흔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뢰즈의 말처럼 '뼈와 살이 살아 있는 미술, 제들마이어의 지적처럼 예술과 비예술의 차이란 무엇인가' 라는 측면에서 작가는 늘 사유 속에 살아야 한다고 여겨진다.


  평면과 입체 미술 가릴 것 없이 미술은 아름다움의 모습이 아니라 어느새 미학적 지식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현대미술은 수십 년간을 지나며 사진과 비디오아트, 음악 및 몸동작을 동반한 행위예술과 설치미술 등 타 장르를 굶주린 아귀처럼 모두 집어삼키며 그 몸집을 불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시대정신은 과실의 토양처럼 튼실한 수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삼는다.  작가는  현실 재현의 과정과 조형언어의 형식을 밟아 오르며 마침내 동시대의 고통스런 삶을 견뎌내는 개척자이자 주이상스(jouissance)를 통한 창작의 고락을 마땅히 감내하고 그 소명을 기꺼이 받는다. 굳어진 관습 일체에 대하여 저항하고 극복 정신으로  역사와 관행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자유롭게 열어보이는 사람이 작가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개성적인  해석과  경직된 형식의 변형으로써 미적 창작을 실행한다.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은 우리 주변의 일상 물품을  전혀 다른 장소에 배치함으로써 이질적 모습, 기이한 상상의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함이 아닌 기존 질서의 재해석이라는 창작 방식을  통한  '낯설게 하기'기법은 문학 특히 시에서도 자주 쓰이며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예술작품의 필수 요소인 신선함을 유발하는 남다른 효과가 있다.  본 작가는 여러가지 명화 속 등장 인물 등을 오마주 기법으로 21세기 현대적 환경에 재배치하고  스마트폰을 매일 사용하며 인터넷 공간을 넘나드는 현대인들과의 낯선 장면을 연출한다. 현대인들은 포노 샤피엔스(phono-sapiens)라고 불리울 정도로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마치 새로운 인간 종족으로 진화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 중 하나인 패러디 혹은 패스티시(혼성모방) 기법으로 화폭의 현실과 비현실 사이 가상현실(VR) 속에 차용된 대상들- 명화, 명소와의 만남은 새 생명을 받아 과거와 다른 새로운 의미, 다중적 의미의 모습으로 재탄생과 부활을 시도한다.


  일찍이 니체는 "대상에 취할 수 없는 자는 아름다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쁜 일상에 쫒기며 크고 작은 무지갯빛 욕망으로 가슴 속이 물들어  있다. 대상에 취하려면 먼저 마음을 비우는 게 첫 순서이다. 그래야 작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직관 즉, 물아일체(物我一體) 능력이 서서히 가슴 속에 생긴다. 이기적 욕심의 자신을 잊고  친근감 있는 작품 앞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 보고  어느 순간 작품이 관객 상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감각을 통해 작품과 대화하는 감정이입, 몰입의 시간을 통해  개인의  고뇌가 정화될 수 있다. 세상의 한 순간과의 일체감. 감각을 열어 우주와 하나되는 최치원의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길, 이성적 영역의 판단이 아닌 자유로운 리좀(rhizome)적 유목적인 감각 영토 확대까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플라톤의 복사본(시뮬라크르, simulacre)이 아니라 들뢰즈가 말하는  진정한 원본으로서의  가치 있는 존재인 관객에게는 감정의 승화와 행복감을, 작가에게는 창작의 체험을 통한 생명의 에너지를 가져다 줄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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